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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 소설

꽃밭재 꽃전설 (능소화 편 )

by 꽃밭재꽃무리 2023. 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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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써보는 꽃 전설 (능소화 편

https://youtu.be/qScErsH2498

(오디오로 들어보세요^^)

어느 해 세상에는 이름 모를 바이러스가 마구마구 퍼졌어요

나라에선 모든 사람에게 마스크 쓰기를 권유하고 모두 입을 막고 두문불출 하게 되자, 여기저기에서 메타버스 세상이 건설 되었어요. 너도 나도 손에 휴대폰 하나쯤은 가지고 다니던 그 시절에 꽃재엔 소화라는 처녀가 살고 있었어요, 소화는 선천적으로 두 다리가 없이 태어나서 스무 살이 되도록 꽃밭재를 벗어나 본적이 없었어요. 그런 소화에게도 메타버스세상은 열렸어요.그 무한한 세상에서 사람들과 소통하게 된 소화는 깨어 있는 시간에는 늘 메타버스에서 시간을 보냈어요 그런 소화가 잘 하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노래였어요. 사람들은 노래에 매료되어 소화를 다시 찾았어요. 그들과 소통하면서 이제껏 경험하지 못했던 감정들을 소화는 느꼈어요 지금껏 그만큼 행복했던 적도 많이 웃어 본 것도 처음이었어요. 그렇게  해가 지나던 어느 봄날, 소화는 휠체어에 앉아 꽃나무에 새순이 돋는 보면서 꽃밭재 가득하게 피어날 붉은 능소화 꽃을 생각하고 있었어요.  능소화는 소화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꽃이었어요. 

 그때, 누군가 소화를 불렀어요, 그는 날마다 소화를 찾아 오던 청년이었어요. 그런데 오늘따라 웬일인지 그 목소리에 가슴이 두근거렸어요. 매일 듣는 음성이 어느새 소화의 마음에 들어와 있었던 것이었어요.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느껴본 감정이 낯설었만소화는 그다지 싫지 않았어요.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이름을 말해 주며 소화를 향한 마음을 내어 놓았어요. 사랑한다는 고백이었어요. 소화는 기뻤어요. 시후는 이미 마음 깊숙하게 들어와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이었어요. 그러나 소화는 기쁘게 받아 줄 수 만은 없었어요. 장애를 가지고 있는 몸으로 시후 앞에 나설 수 없기 때문이었어요. 시후의 마음을 알게 된 후 소화는 선뜻  메타버스에 들어갈 수가 없었어요. 아무것도 모르고 날마다 사랑을 고백하는 시후를 보는 것도, 시후를 향한 자신의 마음을 감당하는 것도 큰 힘듦이었어요. 소화는 그렇게 마음을 닫고 돌아서려 하지만,  이미 마음을 다 주어버린 시후도 소화를 보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나날이 힘겨웠어요.   

시후는 소화를 찾아 나섰어요. 마음만 먹으면 사람 하나 찾는 것은 쉬운 세상이었으니 그리 어렵지 않게 소화를 찾아낸 낸 시후는 한걸음에 꽃밭재로 달려갔어요. 능소화가 하늘대는 무더운 여름날이었어요. 시후가 도착한 꽃밭재에는 능소화 꽃게상이었어요, 시선이 닿은 곳마다 흐드러진 능소화가 너무나 아름다워서 시후는 꽃나무 사이를 걸어 서 올랐어요. 능소화 꽃 나무 그 아름다운 터널을 걸어 가며 시후는 상상했어요.  이렇게 예쁜 길을 소화와 함께 걸으면 참으로 행복할거라고 말이에요

저 만큼에 소화의 집 대문이 보였어요능소화 넝쿨 사이로 그녀의 모습이 보였어요.  

소화?”

그 모습이 소화 임을 알아본 시후는 한걸음에 달리기 시작했어요. 바람은 반가움에 외친 시후의 목소리를 소화의 귓가에 내려 놓았어요, 소화도 그가 시후라는 것을 알아 챘어요. 화들짝 놀란 소화는 얼른 대문을 닫아 걸고 말았어요. 불구인 자신을 보면 실망할 시후의 얼굴이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대문 좀 열어줘! 소화. 거기 있는 거 알아!”

안 돼요돌아가요나는 만날 수 없어요. 당신, 만나고 싶지 않아요

그러지마! 내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만났는데 돌아 가라고?  사랑해사랑해 소화제발 문 좀 열어줘.”

시후는 마음을 간절하게 전했어요.

내 모습을 보면 시후도 어쩔 수 없이 마음을 바꾸겠지

전혀 돌아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시후를 보며 소화는 생각했어요그래서 진실을 보여 주기로 마음 먹었어요. 소화는 대문을 열고 시 후 앞으로 휠체어를 몰아 갔어요우뚝 선 우아하고 아름다운 여인을 상상하던 시후는 자신 앞에 있는 소화를 보자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풀썩 주저 앉았어요

이런 나를 사랑한다고? 당신, 이런 나와 평생을 살 수 있겠어요그래요?”

그 모양을 본 소화는 야멸차게 말했어요. 그리고는 냉정한 표정으로 횡하니 대문 안으로 들어 갔어요. ! 소화의 대문 닫는 소리가 시후의 귀에 천둥소리만큼이나 커다랗게 내려 앉았어요.   한참을 그렇게 있다가 차로 돌아온 시후는 시동을 걸었어요. 그때 시후의 귀에 닫히던 대문 소리보다 더 큰 소화의 목소리가 들렸어요.

이 바보야겉모습이 그렇게 중요하니?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며,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데 뭐가 문제인데?

그건 시후의 마음이 외치는 소리였어요 시 후는 생각했어요. 소화와 함께 했던 시간들  행복했던 시간 속에 소화의 형체 따윈 없었어요. 그저 마음과 마음이 만났을 뿐이었어요. 그래도 얼마나 행복했었는가를 행복은   외모가 아닌  마음에 있었다는 걸 깨달은 시후는 차에서 내려 천천히 걸어 갔어요소화의 집 담장아래 흐드러지게 떨어져 있는 능소화 꽃을 한 움큼 주어 들었어요

안 돼!”

소화의 다급한 목소리가 달려 나왔지만, 이미 능소화의 독성이 시후의 눈을 멀게 한 뒤였어요.

이 바보, 왜 그런 짓을 했어요? .“ 

절규하는 소화의 목소리가 능소화 꽃나무를 흔들고 꽃밭재 너머 날아갔어요

이렇게 하면 나는 당신을 볼 수 없으니까아름다운 모습만 상상하며 살 수 있으니까! 당신은 나의 눈이 되고 나에겐 튼튼한 두 다리가 있으니 당신의 다리가 되어줄게 그렇게 살자! 우리.”

사람들은 무모한 시후의 결정에 고개를 흔들면서도 숭고한 그 사랑을 축복해 주었어요그렇게 시 후와 소화는 꽃밭재에서 계절 따라 피고지는 능소화를 보며 행복했어요. 그러나 행복은 오래 가지 못했어요 비록 눈은 멀었다지만시후의 외모는 갈수록 빛나고, 다정다감한 시후의 성품이 온 동네 여자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어요그 중에 욕심도 많고, 돈도 많은 상처녀가 시시때때 시후를 훔쳐 보며 그 마음을 얻으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어요

어느 날 소화가 낮잠이 든 사이 시후는 잠시 꽃나무 그늘을 걷고 있었어요. 지팡이에 의지하며 더듬더듬 걷다가 그만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잃어버리고 말았어요.  

때마침 시후를 보러 오던 상처녀는 그런 시후를 도와 주는 척 그의 집으로 데려 갔어요잘못된 것을 알아챈 시후는 집으로 보네 달라고 사정했지만, 상처녀는 절대 시후를 돌려 보내고 싶지 않았어요.

시후의 마음이 너무나 확고 하자, 당황한 상처녀는 시후에게 아주 후한 조건을 내 놓으며 죽음과 자신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고 했어요시후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다고 말했어요, 그 말에 상처녀는 불 같은 화도 나고 자존심도 상했어요그래서 독이 든 물컵을 시후 손에 쥐어 주었어요. 선택의 여지가 없음을 눈치챈 시후는 마음을 바꾸었어요.여자의 말을 들어 주고 어떻게 하든 꽃밭재로 돌아갈 길을 찾아 보고자 생각했어요.

소화는 깜박 잠에서 깼지만 옆에 있어야 할 시후가 보이지 않았어요. 그렇게 돌아오지 않는 시후를 능소화 꽃나무 아래서 날마다 기다렸어요하루 이틀 사흘, 식음을 전폐하고 시후만 기다리던 소화는 마지막 능소화 꽃이 지던 날 숨을 거두고 말았어요.

 여자는 시후의 시력을 다시 찾아 주었지만, 소화에게 돌아 갈까 봐 언제나 감시 하고 있었어요. 간절하게 소화가 그리운 시후는 날마다 탈출의 기회만 엿보던 어느날 바람결에 소화의 소식을 들었어요. 여자도 소화의 소식을 듣고 시후에게 자유를 주었어요.

 날이 갈수록 소화가 그리운 시후는 틈만 나면 꽃밭재로 달려가 능소화 꽃나무아래 멍하니 앉아 소화를 그리워하곤 했어요,그렇게 시후가 꽃밭재 능소화 꽃나무를 찾아 간다는 이야기를 들은 상처녀는 어느 날 사람을 사서 꽃밭재의 능소화 꽃나무를 모두 캐서 없애 버렸어요

그렇게 다시 여름이 찾아오고, 시후는 능소화 꽃이 보고 싶어 차를 몰아 꽃밭재로 향했어요. 그런데 웬일인지 그 많던 능소화 꽃나무는 한 그루도 보이지 않았어요, 능소화 꽃을 보며 소화를 기억하던 시후는  더는 세상을 살고 싶지 않았어요. 꽃밭재 벼랑아래를 보니 유유하게 흐르는 냇물에 소화의 웃는 모습이 보였어요 시후는 망설임 없이 몸을날렸어요 바위 옆에 떨어진 시후의 머리에서 흘러나온 선혈이 토양에 닿자 파란 새싹 하나가 솟아 났어요, 구불구불 시후의 몸을 감사고 자라는  꽃나무에서 예쁜 능소화 꽃이 피어 났어요 그리고 소화의 목소리가 들렸어요 

많이 기다렸어요 이젠 내 곁을 떠나지 마요!”

시후의 얼굴엔 행복한 미소가 어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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