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그남자, 그여자(일상 이야기)

아줌마?

by 꽃밭재꽃무리 2024. 4. 21.
반응형

 

반응형

그녀를 만난 지 일주일, 아니 5일 근무로 나는 잘렸다. 오늘이 올 것이라는걸 예상치 못했던 건 아니었다.

처음 면접 보던 날, 또 다른 그녀가 말했다

아마 카드도 줄 거에요

카드를? 카드를 왜요?”

 먼저 온 사람이 잘렸어요.“

왜요?”

손 하나 까닭 하지 않고 있다가 간다는 것이죠

자녀들은 신경 쓰고 싶지 않은 거죠, 모두 맡겨버리고 한 주에 한번씩 오는데 집안 살림은 아예 신경 쓰고 싶지 않은 거죠

아니, 그럼, 집안 살림을 맡아서 하라는 소리에요? 5등급인데요?”

일상생활은 가능해 보이는데요

일상 생활 함께 하기 있잖아요

그렇죠, 그건 함께 하기죠, 대상자를 대신해서 집안 살림을 해 주라는 건 아니잖아요, 우리 그렇게 배우지 않았잖아요. 대상자가 어려워하는 건 도와주면서 잔존 기능 유지를 위해 돕는 것 아닌가요? 그런데 대상자의 집안 도우미 역할을 하라고? 나는 그렇게 배우지 않았는데요.. 5등급은 가사지원 신체 지원 하지 않잖아요. 그런데 카드를 맡긴다 구요? 에이,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렇게 먼저 요양 보호사기 잘렸다는 것이다, 손 하나 까닭 않고 왔다가 간다고 해서 보호자가 일주일에 한번 오는데, 그것도 힘드니 아예 요양보호 사에게 살림을 맡기고 신경 끄고 살고 싶다는 것이었으리라, 물론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내겐 그렇게 들렸다. 그럼 나도 잘릴 수 있겠네요. 찜 찜 해서 안하고 싶었지만, 어차피 5등급 어르신 인지활동이 우선이지 않은가, 사지 육신 멀쩡하고, 일상 생활이 가능한데 그를 앉혀 놓고 요양보호 사가 살림을 맡아 해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도 안 되는 게 아닌가? 그럼 아예 가사 도우미를 써야지 않겠는가, 그렇게 반신반의 하면서 시작한 일, 첫날 그녀는 힘들다며 소파에 누워 눈을 감았다. 잠시 쉬게 두었다. 얼마쯤 시간이 지나자 그녀는 일어나서 창 밖을 내다 본다.  나가고픈 마음이 날씨를 관찰 한 것이다.

산책 나갈까요? “

그 말에 그녀는 벌떡 일어나 옷 방으로 갔다. 주섬주섬 옷가지를 챙겨 입은 그녀가 모자에 마스크까지 챙겨 쓰고 집을 나섰다. 이층 계단을 가볍게 내려왔다. 혹시나 넘어질라 신경은 쓰였지만, 부축하고 보호받을 만큼 그녀는 노쇠하지 않았다. 대문을 닫고 앞서 걷는 그녀의 발걸음은 참 가볍게 느껴졌다. 그러더니 조금 가다 담벼락을 붙잡고 허리를 펴며 몇 번 운동을 하고 또 걷는다. 조금 가니 누군가 버려놓은 의지가 있다 그곳에 그녀는 몸을 쉬었다. 공원으로 들어 서는 길, 계단이 보이고 그 옆에 평탄한 길이 있다.

계단 오르기 힘들면 저리로 갈까요?”

걱정과 달리 그녀는 계단을 선택했고, 무리 없이 올라갔다

계단 오르기 힘들지 않으세요?”

에이, 이까짓 것쯤이야 뭐..”

제법 높은 계단을 그녀는 거뜬하게 올랐다.

아니, 생각보다 쉽게 올랐다고 해야 맞을 것 도 같다. 사실 80넘은 노인이 계단을 오른다는 건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만큼 그녀의 신체는 곳곳하고, 활동이 가벼워 보였으리라, 그렇게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 외 잠시 휴식 후에 인지 학습지를 들고..

어르신 식탁으로 가시겠어요? 소파에서는 힘들 것 같아요

그러나 그녀는 앞뒤로 쿠션을 받치고 비스듬히 앉아서 한 손으로 학습지를 받아 들었다. 처음부터 무리할 순 없을 것 같아서 차츰 해야지 생각하며 그대로 진행하는데, 전화가 왔다. 통화를 하던 그녀가 전화를 바꿔 준다.

안녕하세요!”

보호자는 인사 끝에 집안 살림 이야기를 했다.

집안일 뭐 그린 많지는 않을 거에요, 엄마 식사나 청소 빨래 등을 신경 써 주시면 되어요

, , 그런데 어르신 일상생활 하실 때, 어려운 부분을 함께 도움 드릴 순 있지만, 저희가 어르신을 앉혀 놓고 대신해서 집안일을 해 드리진 않습니다. 가사지원과 신체지원은 하지 않습니다.”

그래요? 그런 줄 알았으면 요양보호 사 쓰지 않았을 텐데요, 그럼 엄마가 식사를 잘 안 챙겨 드셔서 그러는데, 점심 상만 좀 봐 주고 가시면 안 돼요? 챙겨 두면 나중에라도 드실 것 같아서 그래요

그렇게 보호자와 통화가 끝나고, 전화기가 그녀에게 넘겨졌다..

엄마! 아줌마 시켜 집안일 해달라고 해요

 시끄러워 전화 끊어

그렇게 서둘러 전화는 끊겼다. 싫다는 어르신을 다독여서 어렵게 인지 학습지와 치매 예방체조 등을 진행 했다. 그렇게 첫날 하루가 지나갔다.

 

반응형

'그남자, 그여자(일상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줌마? (4)  (1) 2024.05.04
아줌마? (2)  (3) 2024.04.24
구름을 넘나드는 달처럼..  (0) 2024.02.25
생의 길목에서, 그리운 것들 ..  (0) 2020.10.03
치즈가 유죄?  (0) 2020.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