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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남자, 그여자(일상 이야기)

아줌마? (4)

by 꽃밭재꽃무리 2024. 5.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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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보호 사, 처음에는 그저 자격증만 취득해 놓아야지 했다. 가족도 부부간에도 가족요양이 된다니까, 따놓으면 좋은 거 아닌가! 사실 가족간에는 사용 할 일이 없으면 더 좋겠지만, 만에 하나 누구라도 아프게 되면.. 하는 맘으로 시작했다.그런데 자격증 취득 2년후 우연찮게 취직이 되어 버렸다, 처음 만난 그녀는 독거 노인이었는데, 경도치매를 앓고 있었다. 코로나가 발표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기였다. 겉으로 보기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였다. 마스크도 열심히 쓰고 집안 정리 정돈도 비교적 잘 하고 있었다. 인사를 하고 잠시 익숙해질 시간을 가진 뒤, 식탁에 앉은 그녀 앞에 인지 학습지를 내어놓았다. 학습지를 본 그녀가 빙긋이 웃었다.

이거 나를 위해 하는 거지요. 더 나빠지지 말라고.”

이런 거 해보셨어요?”

, 복지 사가 가끔 와서 그림도 그리고 색칠도 하고 해요.”

그렇게 순조롭게 시작된 인지활동을 한창 하는데, 그녀가 연달아 하품을 했다.

왜요? 어젯밤 못 주무셨어요?”

에휴, 어제만 못 자는 게 아니고 나는 밤마다 잠을 못 자요?”

..못 주무시는데요?”

아니, 앞집 영감이 밤마다 문을 열라고 두드려서..”

너에?”

왜 그 밤에 문을 열라고 그러나요?”

누가 알아요대체 잠을 못 자게 하네요. 너무 무서워서 이 몽둥이 들고 문 못 열게 문고리 잡고 서 있었지요 새벽 네시까지요

그녀가 가리키는 손끝에는 커다란 몽둥이 하나가 침대 곁에 비스듬히 누웠다.

에구 저런, 정말 무서웠겠어요. 그런데 문은 잠겨 있었잖아요. 저 문은 잠기면 사람이 열지 못해요, 그러니 또 그러더라도 그냥 무시하고 주무셔요?”

웬 걸요, 하도 시끄럽게 두드려서 잘 수 도 없어요. 밤새 그러다 문이 안 열리니 2층으로 올라 가더라고요.

올라가는 건 어떻게 아셨어요?”

발자국소리가 나니까 알지, 내가 무서워서 문도 못 여는데 어떻게 알겠어요

앞집 영감님이라면서요. 그런데 왜 이층으로 올라갈까요?”

그거야 이층 가서 문 열라고 하려는 거지요. 거기 가서 또 그런

짓 하려고, 그러고 가길래 자려는데, 이번에는 이쪽 창문에서 어

떤 총각이 불을 환하게 비추고 들여다보는 거에요.”

그 총각은 또 왜요? 누군데요? 그게..”

에구, 있어요, 저쪽 동내 살 때 일층에 살던 총각인데, 밤마다 문 열어 달라고 해서 이리 이사 왔는데, 글쎄,여기까지 따라온 거에요

어머나, 세상에.. 어떻게 알고 따라 왔을까요?”

그거야 사람들에게 물어 물어서 온 게지요

봐요! 이 창을 열고 여기 있는 옷과 커튼을 모두 가져 갔다니까요. 저쪽 창을 열어놓으면 화분이 없어지고.. 참 정말 왠 사람들이 그렇게 나쁘지요?”

그러고 있을 때 창문 밖에서 차 지나가는 소리가 났다. 창문을 열어 보니 그곳은 차가 다니는 도로다. 밤이면 지나 다니는 차 불빛이, 반 지하 방인 그녀의 창을 비추었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거기다 한 뻠 두고 마주한 집은 빈집이다. 정상인들도 그런 환경이면 불편할 것이다. 하물며 연로한 그녀가 혼자 지내기엔 무섭기도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 말 안 믿어 지지요? 우리 딸도 안 믿어요. 그래서 내가 하룻밤만 와서 같이 자 보라고 해도 안 자요. 글쎄, 내 말을 안 믿는다니까

밤새, 들리는 환청, 보이지도 않는 그것과 싸우는 그녀는 얼마나 힘들까!

사정상 며칠 근무하진 못했지만, 새삼스러울 것도 아니지만, 주변 환경이 치매 어르신께도 많은 기여를 할 수 있겠구나! 환청(幻聽)과 환영(幻影)을 본다면, 치매라서(병들어서) 그렇지! 라고 가벼이 넘기기보단 여러모로 살펴보는 원인 파악도 참 중요하겠다는, 모두가 알듯한 사실을 경험했다. 치매가 있는 독거 어르신 방을 구할 때, 실내 환경도 중요하지만, 주변환경도 꼼꼼히 살펴보면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

 

https://youtu.be/WRGUACOZC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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