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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남자, 그여자(일상 이야기)

아줌마? (2)

by 꽃밭재꽃무리 2024.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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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맞습니다 맞고요 그런데?  

그녀를 만나지 두 번째 날이다.

센타장이 알려준 끈 달린 열쇠로 대문을 열고 들어가 벨을 누르려는 순간, 현관문이 벌컥 열렸다.
안녕하세요! 어디 가세요?’

. 답답해서 앞에 바람 좀 쏘이려고 나가는 중 여유

그녀는 이미 외출 준비를 끝내고 집을 나서는 중이었다.

아 그래요? 그럼 태그 찍고 함께 가요?”

태그를 찍고 산책길에 나섰다. 공원이 아닌 동내를 한 바퀴 돌고 돌아온 그녀는, 힘들어서 못 앉았겠다고 소파에 자리 잡고 눕는다.

그래요, 그럼 좀 쉬고 학습지 해요, 인지활동은 어르신과 제가 의무적으로 해야 해요.”

학습지와 치매 예방 체조 등을 끝내고,

오늘 청소는 하셨어요? 우리 함께 할까요? 청소기 돌리고 방바닥 닦기는 제가 할 테니 어르신은 티브이 다이 등을 살살 다니면서 닦아주세요

그렇게 청소기를 돌려 봤지만, 그녀는 꼼짝도 않고 티브이만 본다. 그렇다고 집안이 전혀 관리 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깔끔하고 잘 정돈 되었다. 물론 일주일에 한 번씩 자녀들이 와서 해주기도 하겠지만, 가구의 먼지나 방바닥에 머리카락도 보이지 않는 다는 건, 본인이 하고 있다는 이야기 일 것이다. 집안정리 정돈이 안될 정도로 인지 떨어진 상태라면, 적극 도와야겠지만. 이건 아니다 싶다. 그렇게 4일 정도 지나던 날,

어르신 점심 상 같이 볼까요? 오늘은 무엇을 드실 건데요?”

그러나 그녀는 빨레를 한다고 욕실로 들어 갔다. 빨래라고 해야 그녀의 팬티 하나와 양말 하나다.

그건 모았다가 세탁기에 돌리면 되잖아요. 일일이 손빨래 하지 말고요

혼자 입는 빨래 일주일 모아봐야 얼마나 될까 아니면 2~3일에 한번 돌려도 무방하지 않는가 싶어서였다.

세탁기 돌리려면 엄청 오래 모아야 하는데 어느 세월에 모아서 빠누

그렇게 그녀는 세면기에서 손빨래를 시작했다. 속옷 한 장과 양말 한 켤레야 스스로 빨아 입어도 될만하다고 생각했다.

마칠 시간은 되어 가고 점심 상을 보고 있는데 전화가 온다.

빨래를 멈춘 그녀가 전화를 받고 전화기 너머 들리는 소리

아줌마 시켜! 엄마가 왜 그러고 있어

에휴, 끊어!”

신경질적으로 그녀는 전화를 끊었다.

티브이 앞에 홈 캠이 그녀를 호출한 거였다.

따님에게 왜 그렇게 화를 내세요?”

모른 체 웃으며 물었다.

쓸데없는 소리 하니까 그렇지 유  

그렇게 참 불편한 한 주가 끝나가는 다 섯 번째 날이 왔다.

식탁으로 가기 싫다니 작은 상을 펴고 인지 학습지를 내어 놓는데 전화가 온다.

뚜렷하게 들리는 소리

아줌마 왔어?”

그래 왔지……인지 활동인가 뭔가 하기 싫은데

저쪽에서 무언가 한참 설명한다. 그녀는 저만큼 물러나서 전화를 받았다.

우 응, 알았어

그녀의 부드러운 대답과 함께 전화는 끊겼다.

아드님이세요?”

그날 그녀는 거부감 없이 인지 활동에 응했다. 그리고 산책길, 그녀의 발걸음은 더욱 가벼웠다. 담장 앞에 몇 번씩 멈추어서 하던 허리 펴기 운동도 생략하고, 의자가 놓였어도 본 척 않고 공원을 돌았다. 집으로 돌아와서도 힘들다고 눕지 않았다. 이런 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같이 노래도 부르면서 정서 지원에 한창인데 전화가 온다.

사회복지 사였다

애후, 선생님! 저 아직 선생님 얼굴도 못 배었는데 죄송합니다! 센터장님 전화 받았어요

뒷말은 듣지 않아도 알 터

괜찮아요! 어차피 여긴 아닌 것 같았어요..”

이 달도 3일쯤 남았으니 말일까지 하는 걸로 해 주세요!”

그런데 하기 싫었다. 어차피 불편한 일자리, 이 삼일 더 해서 무얼 하겠다고, 대상자는 요양보호 사가 필요한 사람이 아니었다. 어떻게 등급을 받아냈는지 알 바 아니지만, 하루도 도움을 주고 싶지 않은 마음이었다.

그냥, 저는 오늘로 그만 하겠어요, 어차피 그만 둘 거 하루 이틀 더 할 건 아닌 것 같습니다.”

그게 그랬다, 센터 입장에선 다른 사람을 구할 시간이 필요 했겠지만, 정말로 하루 라도 도움 없이 안 되었다면 나의 기분이야 어찌되었든, 참고 할 수 있다. 그게 맞다.그런데 그녀는 아니었다. 그녀는 요양보호 사가 아닌, 돈 조금 드는 가사 도우미가 필요한 사람이었다. 가사도우미 하겠다고 돈들이고 시간 들여서 자격증을 취득하는 수고로움을 감수할 필요가 있을까!

며칠 함께 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작별인지라 건강하시라고 인사 했다.

그럼 다른 아줌마가 또 와요?”

경로당에 놀러 간다고 따라나선 그녀가 대문을 걸어 닫으며 물었다.

, 그런데 다른 사람이 와도 똑 같아요.. 또 잘릴 거에요.”

그리고 사회 복지 사에게 문자 했다. 더는.. 누구든, 상처 주지 않기를 바란다고……

그리고, 내가 잘못 알고 있나 싶어 다시 한 번 복습할 겸 영상을 찾아 보았다. 몇 군데 센터 장들이 만들어 올린 영상, 나는 잘못 알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하물며 5등급 요양보호 사가 가사지원 신체지원을 한다면 환수 당한 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었다. 참 에매 모호한 5등급대상자, 일상생활 함께하기는 뭔가 잘못 된 것 같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확실한 구분 선이 필요하다. 대상자도 보호자도 헷갈리지 않게 ..나라에서 돈을 보태 주는 가사 도우미가 되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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