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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 소설

세다리 몽생이(22)

by 꽃밭재꽃무리 2014. 3.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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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화는 그래도 조금은 설레는 마음으로 일찍이 서둘러 출판사로 향한다. 이미 양송이 선배와 몇몇 사람이 도착해 기다리고 있다. 출판사 사무실 둥근 탁자 앞에 같은 달에 등단한 몇 명이 둘러앉았다. 간단한 주소와 서로에 연락처를 교환하고 교육비, 가입비, 문예지 구독  명목으로 이 십 여만 원을 징수한다. 실장이라는 사람에게 교육이라며 몇 마디 듣고는 돌아오며 생각하니 영수증 하나 발급받지 않은 채 돈만 주고 왔다. 생각하니 헛웃음이 난다. 도대체 뭐 하고 온 걸까!

생각나는 건 메모 준비를 항상 하고 다니라는 것과 등단했다고 말하지 말고 책을 출간해서 말없이 손에 들려주라는 이야기뿐이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고 생각하는 수선화에게 양송이 선배가 말을 건넨다.

“수선화씨, 강성호씨랑 동창 인가 봐요?”

“네, 그렇긴 한데 일찍 전학 가버려서 전혀 모르고 살다가 최근에 인터넷에서 만났지요.”

“아, 그래요?”

“아마도 성공 했나다 봐요, 고향 사람이 잘 되어 있으니 기쁜 일이지요. 아들도 잘 키웠나 보더라구요. 그 유명한 승리법대 다닌다고 하든걸요”

“그래요? 이상하네, 내가 알기로는 강성호씨 너무 어려워서 아이 대학 보낼 능력이 안 되어서 원하는 대학에 못 보냈다고 하던걸요.”

“어머나, 그런 일이...그럼 성호씨가 거짓말을 한 걸까요? 왜 그런 거짓말을 했을까!”

“모르긴 해도 제가 들은 곳은 그의 형에게서 에요, 그의 형이 저랑 동창이거든요. 지금 저의 옆 동내에 살아요.”

“어머나, 어떻게 그런, 도대체 누가 진실일까요?”

“그건 모르는 일이지요, 아무튼 우린 글이나 열심히 쓰십시다. 호호호” 

그렇게 양송이가 버스를 타고 돌아간다.

 

기다리던 현지가 들어왔다. 보고 싶고 그리운 현지, 성호는 오늘도 애타게 그녀가 나타나기를 기다린다.

“우리 한번 만나보면 어떨까?”

“그러게 예전처럼 만나서 밥도 먹고 이야기도 실컷 했으면..”

“행복하니? 현지야!”

“응, 그런 대로 그런데 좀 많이 힘드네.”

“왜, 뭐가 힘든데?”

“남편이 너무 보수적이라서 잔소리도 너무 심하고 자유롭게 놓아 주지도 않고,”

“어쩌니? 우리현지 행복해야 하는데..”

“이렇게 당신을 만났으니 됐어.

“정말? 당신도 날, 사랑하는 거야?”

“응, 그런가 봐, 보고 싶고, 그립네.

“당신, 현지야! 우리 이다음에 고향에 같이 갈까?”

“어떻게..?

“지금은 아이들도 길러야 하고, 이다음에 우리 함께 고향 가서 살자, 두 손 꼭 잡고.”

“그래, 우리 약속하는 거야, 우리 지금은 이곳에서 만나고 이다음엔 함께 고향 가기로…….”

“응 우리 오늘 결혼하자 심혼식..”

“어떻게?”

“성호와 현지는 오늘 이 시간, 마음의 결혼이 되었음을 만방의 신들께 고하고 가는 그날까지 아끼고 사랑할 것을 맹세합니다. 만방의 신들께서도 이제는 우리 두 사람을 지켜주세요”

성호는 마음을 다해 카페 게시판에 기도문을 올린다.

“우리 이제 다시는 헤어지지 않는 거야”

“먼 훗날 함께 고향 가서 남은 생 같이 가는 거야 꼭.” 

‘현지와 결혼했다. 비록 몸은 함께 하진 못하지만 마음이 서로 함께 함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성호의 가슴이 뛴다. 이젠 현지 옆에 누구도 얼씬하지도 못하게 해야지. 기성이도 규철이도 현지 옆에는 아무도 없도록 해야지, 아무리 동창이라 할지라도 어느 누구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거다.’ 

성호는 마음속으로 다짐을 한다. 

"나 갈게! 낼 봐.

 

심혼식을 마치고 나가버린 현지, 한참을 그 자리에 멍하니 앉아있던 성호도 퇴근준비를 한다, 동내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보니 오늘따라 유난히도 고운 노을이 하늘을 덮고 있다.  

"아! 아름답다. 하늘도 우리를 축복해 주는 게야, 아.. 하하하."  

두 손을 벌려 하늘을 향해 심호흡을 하고 보니 저 만큼에 변함없이 그녀가 앉아있다. 오늘은 그녀마저도 이쁘게 보인다. 

"오빠, 돈...응..? 싫어? "  

성호를 빤히 쳐다보는 그녀의 눈빛이 참 맑다고 생각한다.

"아가씨나  가지세요." 

마음이 한 없이 너그러워진다. 불쑥 내민 그녀에 손엔 변함없는 원짜리 다섯 개, 성호는  웃으며 그녀의 어깨를 토닥여 주고 발길을 재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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