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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 소설

세다리 몽생이 (23)

by 꽃밭재꽃무리 2014. 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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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 공지가 올려졌다. 동인지 계약이 이루어졌고 현지가 계약금을 이 백 만원 입금했다고 한다.

‘뭐야, 성호씨가 전액을 다 선불했다고 했는데 이제 와서 무슨 계약금을 현지가 냈다고..’

수선화는 참으로 의아했지만 그런가 보다 생각하고 모른척한다. 며칠 후 또다시 공지 글이 올라온다. 현지가 입급 했다는 계약금 영수증이다.

 

“영수증을 필요 없다고 찢었더니 이상하네요, 종일토록 쓰레기통 뒤져서 올립니다.”

아마도 누군가 계약금 영수증을 요구 했나 보다. 카페에 올라온 영수증은 구겨진 상태로 귀퉁이가 조금 찢어져 나갔다. 수선화는 그것을 보는 순간, 요절복통 한다.

‘얘들이 정말 장난하네, 누가 버리는 영수증을 갈기갈기 찢지 않고 가장자리만 찢어서 버릴까, 그냥 구겨 버렸다면 차라리 말 되는데.’

올려 진 영수증은 가장자리가 조금 찢겨져 나가고 필요한 내용들은 그대로 살아있다.

들어와 있는 현지에게 대화창을 연 수선화,  

“응”

“출판대금 계약금을 네가 보냈다며?”

“응, 그랬지.”

“그 많은 돈을 왜 혼자 보네.”

“응, 작품을 팔았지, 그 걸로 계약금 낸 거야.”

“그래?”

수선화는 현지가 출판사에 드나들고 이미 기성작가라 그녀의 작품을 팔았다나 보다 생각한다. 성호가 다 지불했다고 했는데 이제 와서 계약금을 치렀다니 차라리 잘 되었다고 생각한다. 성호 혼자 부담하게 하기엔 미안한 마음이었던 터라, 분담금이 걷히면 그때 계약금을 돌려주면 되겠구나 생각한다.

“그랬구나, 고마워!

“아니야, 이젠 작품을 쓰는 거야, 아니 낳는 거야, 그러니까 좀 더 열심히 써 그러다 보면 여류 시인이 될 거야, 호호호”

“책은 예쁘게 나올 거야, 걱정마..수선화야 너 좋겠다.?”

고 말하는 현지의 말에 어쩐지 야유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수선화는 생각한다.,

“응, 나 기분 좋아, 책을 내리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그래서 니들 한테 참 고마워..”

고향이란 것이 이래서 좋은가 보다. 그래서 친구인가보다. 수선화는 현지가 고맙고 조금은 신뢰감이 떨어져 버렸지만 강성호가 고맙고 또 미안하다.

 

웬일일까! 현지가 보이지 않는다. 이미 들어와야 할 시간인데 연락마저 없는 현지 때문에  성호는 안절부절이다.

‘왜 여직 안 들어올까, 현지에게 무슨 일이 있나.’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동방 산에 둥근 달이 떴어!

뚜르르, 현지에게서 문자가 온다. 고향에 갔는데 동방 산에 뜬 달이 너무 밝고 예뻐서 보낸다며 보낸 멀티 메일이다.

“휴~ 다행이다. 좀 더 일찍 연락해주지, 종일토록 걱정했잖아.”

“남편이랑 함께여서 연락하지 못했어, 올라가서 볼께.”

“그래, 두루두루 잘 보고 와 훗날 우리에 집을 어디다 지으면 좋을까도 살펴보고 사랑해 ..현지야!”

‘현지 옆에 있는 그가 부럽다. 그러나 견딜 수 있다.훗날의 기약이 있으니까, 현지의 손을 잡고 고향에 돌아갈 그날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현지 생각에 하루를 보내고 나니 어느 듯 퇴근시간이다. 카페를 한번 들러보고 가벼운 마음으로 차를 몰아 언제나처럼 주차를 하고 늘 가는 포장마차로 들어간다. 간단하게 우동 하나와 소주 한 병을 주문한다.

기분 좋은  인상을 쓰며 술잔을 놓는 성호, 왠지 마구 누군가와 수다를 떨고 싶다. 포장마차 이씨가 이른 저녁을 먹고 휴지로 입을 닦아내고 있다.

“사장님, 한잔 하시죠?”

“아, 고맙습니다만, 이른 시간부터 마시면 장사에 지장을 주어서 하하하”

“한잔만 하십시오, 금방 식사도 하셨으니 한 잔 정도야 어떻겠습니까, 혼자 마시려니 심심합니다.”

너무 거절하는 것도 손님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이씨가 성호 앞에 앉는다.

“사장님은 고향이 어디십니까?”

“아, 저는 전남 순천입니다.”

“네에, 훗날 고향에 돌아 갈 생각이십니까?”

“가고야 싶지요, 그러나 그게 마음대로 되나요? 이제 이곳에 뿌리 내리고 발 딛고 있는 곳이 고향이려니 사는 거지요 하하 ”

“예, 저는 훗날에 고향으로 갈려고 합니다. 함께 손잡고 갈, 꽃 하나 키우고 있습니다.”

“아, 좋으시겠습니다. 그 꿈 꼭 이루시길 바랍니다.”

어둠이 내리고 하나 둘 포장마차에 손님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이씨가 마시고 간 빈 잔 하나 앞에 두고 소주 두 어 병을 비우고 나니 제법 술기운이 오른다. 성호는 만 원짜리 두 어장을 테이블에 놓고 포장마차를 빠져 나온다. 바라보는 하늘엔 희끄무레한 별이 몇 개 보인다. 고향의 별과는 비교도 안 되는 빛이다.

‘ 너 두 별이라니? 별이라면 적어도 내 고향 별만큼은 돼야지, 아!현지야.. 우리 언제 고향 가서 반짝이는 그 별을 함께 바라볼까 ...나는 꽃 하나 키우고 있지, 세상에서 제일 예쁜 꽃 나에게 행복을 가져다 줄 그 ..

노래하듯 흥얼대는 성호 앞길을 가로막는 사람, 또 그녀다.

“어?  이 아가씨는 시두 때 두 없이 이곳에 나타나네?

한 잔술에 얼큰해진 성호의 혀 말린 목소리가 축축한 밤공기에 젖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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