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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남자, 그여자(일상 이야기)

한대 콩, 쥐어 박고 싶을때

by 꽃밭재꽃무리 2011. 1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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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우는 소리가 무섭게 문 틈새를 비집고 들어온다.

‘날씨가 추워 진다드니, 김장을 해야 하는데..’

갑자기 마음이 급해진다.

동내를 한 바퀴 돌아 볼 요량으로 꽁꽁 싸매고 집을 나섰다.

바람에 나무들이 무섭게 흔들린다.

‘이 바람에 나뭇잎 다 떨어지겠네,’

중얼대며 바람 속을 헤쳐갔다. 마트마다 절임배추들이 철철 넘쳐나고 있다.

생각보다 배추 값이 싸지는 않다. 절임배추를 사볼까 물어보니 1.000원이 더 비싸다.

‘씻어주는 것도 아니고, 뭘 천원이나 더 줘, 소금도 있는데 절이고 말지,’

운 좋게 싸고 맛있는 배추를 구입했다. 쪼개고 다듬고 절이고 밤에 일어나 뒤집어주고, 정말 김장한다는 것은 장난이 아니다 허리도 아프고 손목도 아프고, 에고, 소리가 절로 나온다. 해마다. 이맘때면 가슴에 무거운 짐 하나 올려놓은 듯, 불편했다.

그러다. 김장을 하고 나면 마음이 한가하고 평안했다. 그런데 올해는 참 이상하다 나이가 그만큼 들었다는 이야길까.

걱정이 되질 않는다. 아니, 무관심했다. 남들이 김장했느냐고 물어도 그저 하면 되지 했다.

그런데 미친 듯이 날뛰던 바람소리가 내 마음을 자극했다 그길로 나가서 배추사다가 정말 얼떨결에 번개 불에 콩 볶아 먹듯이 해 치우고 말았다. 베란다에 층층이 쌓인 김치 통을 보니 저걸 언제 했냐 싶다. 옆에서 무채 설어주고 버무려주고 날라다 주고, 제법 애써 도와준 남편은,

“수고 했어,그래도 내가 삼분의 일은 도와줬지?”

한다.

“아녀요, 십 분에 일이여요, 안 그래도 어제 나갔다가 절임배추 구입할까 하다가 너무 비싸서.. ”

“그깟 거 배추 절이는 거 금방이지 뭘, 무슨 소금으로 절였는지 알 수가 있어야지,”

‘잘 나가다가 꼭 옆길로 새는 건 뭐야’, 한대 콩 쥐어박고 싶다는 생각이 잠깐 든다.

남자들은 정말 모르는 것 같다 여자들이 보이지 않는 수고로움이 얼마나 많은지를 ..

그 맘을 숨기고 뽀얀 막걸리 한잔을 따라 주며

“오늘 고마웠어요, 덕분에 힘들지 않았어요.”

했다.

노란 배추 속 배기에 먹음직한 보쌈이 남편의 손에서 내 입속으로 쏙 들어왔다.

“야! 맛있다. 김장했다~"
찌프둥한 몸을 쭉 펴며 두손을 번쩍 들어 소리쳤다.

“그까짓 거 배추 이 십 포기 하구선 뭘,”

“뭐야요? 이이가 정말, ?????”
에그, 그냥 콱, 내 맘이 그렇게  외치고 있었지만 싱글거리며 보쌈을 싸는
남편을 보고 눈은 웃고 있었다.
이제 김치 냉장고에 잘 넣어 주는 일만 남았다.

그렇게 월동준비를 했다. 오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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