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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남자, 그여자(일상 이야기)

무제

by 꽃밭재꽃무리 2011. 1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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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너 사람이 내리고 앞에 섰던 여자가 들어가니 무심결에 따라 들어갔다.

‘생각보다 한가하네, 어머, 자리도 있잖아!’

빈자리 찾아가 앉았는데..순식간에 모든 자리가 텅, 비어 버린다.

에구머니나, 종착역이었다.

앞에 타던 여자가 얼렁 내린다.

잽싸게 또 따라 내린다.

앞에 섰던 그녀가 뒤에 서고 뒤따라 내린 내가 맨 앞이 되었다.

그녀가 무안한 듯 변명 아닌 변명을 한다.

“멀리가야 하는데 허리가 너무 아파서요, 옆구리가 그렇게 찔리더라구요,”

돌아다보니 내 나이쯤 되었다.

“그러게요, 여기저기 아플 때지요” 했다.

그렇게 몇 마디 나누고 있는데 차가 들어온다. 미쳐 문도 다 열리기 전에 그녀가 뒤에서

떠밀었다. 밀려들어 가보니 이곳저곳 몇 개의 빈자리가 보인다. 뛰어가면 앉을 수 있겠다.

왠지 그러기 싫다. 포기하고 문 옆 한가한 곳에 자리 잡고 섰다. 무심코 고개를 돌리고 보니 그녀는 경로석에 앉았다.

‘서둘더니 그나마 자리 잡았네, 안전하게 갈 수 있을까!’

두어 정거장을 가다가 돌아보니 그녀는 보이지 않는다. 할머니 세분이 자리 잡고 간다.

‘교대 까지 간다더니 벌써 내린 건가, 아님 자리를 돌려준 건가,’

주변을 봐도 그녀는 보이지 않는다.

 

‘2호선을 타면 되지,’

계단을 내려가는데 어쩐지 좀 아닌 것 같다. 아무리 봐도 잘못 들어 온 것 같다.

다시 올라가 봐도 반대편으로 가는 길이 보이지 않는다.

‘에라, 될 대로 되라, 어차피 순환선 조금 돌아가지 뭐,’

그냥 탔다. 타고 보니 정말 잘 못 탔다. 내릴까 하는데 자리가 난다.

‘그냥 가,’

그렇게 앉아서 마냥 돌고 돌아 신도림, 급행열차를 탄다고 탔는데, 처음엔 역을 건너 뛰어 오는 것 같았는데..소사부터 관심 같고 보니 역마다 선다.

‘뭐야, 또 잘못 탄 거야 에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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