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저 아저씨 아직도 살아 있네,”
“어머, 그러게..”
전이나 다름없이 온통 술에 절어 있는 아저씨는 한 손에 소주병을 들고 비틀대며 걸어가고 있다.
“정말 귀신은 뭐하나 몰라, 저런 사람이나 얼른 데려가지, 갈 사람은 안가고 매일 아까운 사람만 간다는 거지,”
같이 걷던 친구가 하는 말이다. 그 말을 듣다보니 예전에 음식점 사장님 하던 말이 생각난다. 그 날은 비마저 추적추적 내리던 날이다. 그 빗속을 아저씨는 우산도 없이 술을 얻으러 오신 것이다. 온통 젖은 모습으로 식당 문을 열어 제키고 술을 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줌마! 얼른 소주 한 병 내와요.”
음식점사장님의 짜증 섞인 목소리다.
“네에, 사장님..”
서빙에 바쁜 종업원이 종종 걸음으로 소주를 한 병 가져다 문 앞에 어정쩡 서있는 아저씨에게 준다. 매일은 아닐지라도 종종 보이는 아저씨, 이미 술기운이 오를 대로 올라 있다.
소주 한 병을 받아든 아저씨는 꾸벅 허리를 한번 굽히고는 비틀거리며 나간다.
“에구, 귀신들은 뭐하느라 저런 사람도 안 잡아가나 몰라,”
식당 사장님의 푸념소리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짜증 날 만도 하겠다 싶다.
돌아오는 길 그 아저씨를 다시 만났다. 사거리 교차로 한가운데 아슬아슬 비켜가는 차들 사이에서 비틀대며 교통정리를 하고 있다.
여기저기 빵빵대는 소리에도 아랑곳 않고 본인 갈 길로 가고 있다.
그 모습을 보다보니 음식점 사장님 말씀이 떠올라 슬며시 웃음이 난다.
정말 귀신도 스스로 비껴가는구나!
세상에 소중하지 않는 생명이 어디 있으랴마는 술 때문.. 술에 노예가 되어 귀중한 시간들을 잃어버리는 아저씨가 안타깝다. 교차로를 다 건너간 아저씨는 비틀대는 몸으로 건너편 화실에서 내어놓은 그림들을 모두 뒤집어 놓기 시작한다. 아침내내 주인이 곱게 진열해 놓은 것들인네...휴~
'그남자, 그여자(일상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어꼬리는 누가 먹었나, (0) | 2011.12.19 |
---|---|
무제 (0) | 2011.12.13 |
한대 콩, 쥐어 박고 싶을때 (0) | 2011.11.25 |
대화 (0) | 2011.10.31 |
그녀들의 이야기 (2) (0) | 2011.10.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