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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남자, 그여자(일상 이야기)

귀신도 비켜가는 사람

by 꽃밭재꽃무리 2011. 1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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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저 아저씨 아직도 살아 있네,”

“어머, 그러게..”

전이나 다름없이 온통 술에 절어 있는 아저씨는 한 손에 소주병을 들고 비틀대며 걸어가고 있다.

“정말 귀신은 뭐하나 몰라, 저런 사람이나 얼른 데려가지, 갈 사람은 안가고 매일 아까운 사람만 간다는 거지,”

같이 걷던 친구가 하는 말이다. 그 말을 듣다보니 예전에 음식점 사장님 하던 말이 생각난다. 그 날은 비마저 추적추적 내리던 날이다. 그 빗속을 아저씨는 우산도 없이 술을 얻으러 오신 것이다. 온통 젖은 모습으로 식당 문을 열어 제키고 술을 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줌마! 얼른 소주 한 병 내와요.”

음식점사장님의 짜증 섞인 목소리다.

“네에, 사장님..”

서빙에 바쁜 종업원이 종종 걸음으로 소주를 한 병 가져다 문 앞에 어정쩡 서있는 아저씨에게 준다. 매일은 아닐지라도 종종 보이는 아저씨, 이미 술기운이 오를 대로 올라 있다.

소주 한 병을 받아든 아저씨는 꾸벅 허리를 한번 굽히고는 비틀거리며 나간다.

“에구, 귀신들은 뭐하느라 저런 사람도 안 잡아가나 몰라,”

식당 사장님의 푸념소리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짜증 날 만도 하겠다 싶다.

돌아오는 길 그 아저씨를 다시 만났다. 사거리 교차로 한가운데 아슬아슬 비켜가는 차들 사이에서 비틀대며 교통정리를 하고 있다.

여기저기 빵빵대는 소리에도 아랑곳 않고 본인 갈 길로 가고 있다.

그 모습을 보다보니 음식점 사장님 말씀이 떠올라 슬며시 웃음이 난다.

정말 귀신도 스스로 비껴가는구나!

세상에 소중하지 않는 생명이 어디 있으랴마는 술 때문.. 술에 노예가 되어 귀중한 시간들을 잃어버리는 아저씨가 안타깝다. 교차로를 다 건너간 아저씨는 비틀대는 몸으로 건너편 화실에서 내어놓은 그림들을  모두  뒤집어 놓기 시작한다. 아침내내 주인이 곱게 진열해 놓은 것들인네...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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