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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남자, 그여자(일상 이야기)

우렁각시의 일탈

by 꽃밭재꽃무리 2012. 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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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가? 그동안 집에서 음식 대접하느라, 고생한 아내들을 잠시나마 여행을 보네 주는게..”

한 잔 술에 얼큰해진 진실인지 아닌지 모를 총무의 한마디였다.

그 말을 놓칠세라, 말꼬리를 잡았다.

“정말? 정말 여지들끼리만 보네 주는 거예요?”

“어 그래, 좋은 생각이야! 그동안 고생 많이 했지, 말 나온 김에. 회비 모인 걸로 여자들 여행이나 보네 주자고..”

“목적지는 어디로?”

“가고 싶은 곳으로 가세요,”

“그래도 해외는 못 갈지언정 제주도 쯤은 가야지 않나,?”

그렇게 시작된 제주 나들이..비행기를 타야하나 배를 타야하나 의견이 분분했지만 결국은 낭만도 있고 가며오며 짧은 시간이나마, 긴 시간을 함께 할 수 있는 배를 선택했다.

넉넉한 시간을 두고 차근하게 준비를 하는데..

“그간 쌓인 스트레스 다 날리고 재미있게 잘 다녀와,”

조금은 신경질적이고 너무 깔끔한 성격에 남편, 그래도 자상한 면은 있어, 조근조근 여행에서 알아둘 일과 준비물을 조언해 준다.

모두들 만나기로한 동인천역, 두 여자가 올 기미도 안 보인다.

전화를 하려는데

“우리 조금 늦어요, 지금 택시 탔어요.”

뒤늦게 도착한 그녀들은 미안한 맘에 호들갑을 떤다.

“아니, 준비를 다 하고 있는데 시간이 안가는 거야, 너무 설레어서 이렇게 여자들만 여행 떠나는 건 처음이거든 ..그러다가 깜박 잠이 든 거야,”

기다리던 여자가 집으로 찾아가서 그녀를 깨워서 가까스로 도착한 것이었다.

저마다 설레임을 안고 승선을 했다. 3등다인실 정해진 방으로 들어서니 먼저 들어온 남자들이 한 무리, 앉아 있다. 우루루~ 여섯 여자들이 들어서니 웃음과 박수로 환영을 한다. 언제 보기라도 한 사람들처럼 자연스레 말이 오가고, 얼른 한적한 곳에 베낭을 놓아 자리를 잡았다. 금세 선실은 다 차버리고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먼저 들어온 팀은 나중에 여자들이 우르르 들어온다. 동창이라 했다. 평소에 순진한 척 수줍은 척하던 신자씨는 말도 잘한다. 옆 팀에서 떡을 보네오자 여시 같은 목소리로

“떡보다는 젤루 멋있는 남자를 보네라,”

고 키득댄다. 그 말에 모두 박장대소를 하고 한 남자가 이쪽으로 오겠다고 들썩이자 그 옆에 여자 동창이

“넌 죽었어,”

라며 으름장을 놓는다. 어느새 한 식구가 되어 주고받는 말속에 배는 항해를 시작하고 있었다. 카페에 여행 간다고 인사를 하고 갔었다. 몇몇 고마운 분들께서 잘 다녀오라는 안부 전화도 주셨다. 참으로 고맙고 기쁜 일이 아닌가, 그중에 제주에 계신 지인님이 한분 계신다. 그곳에 사시니 비오고 바람 부는 날의 사정을 잘 아시리라, 걱정스럽게 전화를 주셨다.

그곳의 비바람은 거세니 올레걷기는 힘들 일이라, 랜트도 하고 안내도 하여 주시겠다는 것이다. 그녀들에게 물으니 의견이 다분하다. 그렇게 하는 것도 좋지만 비오는 길을 걸어보는 것도 좋으리라는 그것이 추억으로 남을 것이고 두 팀으로 나누어서 다니면 재미가 없다. 차라리 남자들이 좀 여럿이 나오면 또 모를까, 혼자 나와서 모하시게.. 라는 의견이었다. 그녀들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왠지 좀 속이 상한다. 이미 랜트까지 했다는데 또 남자들이 여럿이 나오면 또 모 할 건데 ..고마운 마음을 그렇게 이기심으로 거절하는 그들이 좀 미웠다. 그것도 모른 체 그분은 아침 일찍 서둘러 나오실 것 아닌가.

밤이 늦었으니 문자라도 보네 놓아야겠다고 전화기를 들고 보니 서비스가 안 되는 구역이다. 불통이다 .마음이 영 불편하다. 밤이 깊어지자 불꽃놀이도 하고 라이브에서 호프를 마시며 많은 사람들이 춤을 춘다. 평소부터 주사가 심한 영애씨, 그날도 예외는 아니었다, 위태위태 그 시간을 넘기고 잠자리에 들고, 그 밤이 지옥일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

너무 더운 선실 옆자리에 영애씨, 잠들만하면 툭툭 건드려서 깨운다. 자리가 좁으니 좋게 생각을 하고 잠을 청하지만, 뒤이어 들리는 흐느낌 그녀, 영애씨가 잠결에 흐느껴 운다.

바로 귓전에서.. 시어머니가 아프다더니 마음고생 많이 했나보다. 이해 하지만 마음은 짜증이 난다. 일어나 보니 어느새 더위를 피해 밖으로 나가 버린 사람들, 그녀 뒤엔 텅 비어 있다. 이동해서 누었다. 자리가 넓어지자 그녀는 빙글빙글 돌아가며 몸부림을 친다. 멀리 누워 봐도 그녀는 쫓아와서 친다. 그러다보니 밤을 홀락 새 버렸다. 정말 뜬눈으로 한숨도 못자고 말았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 했던가, 하필이면 ... 새벽부터 내린 비는 제주항에 도착해보니 심한 바람과 함께 내리고 있었다. 고마운 지인님은 배가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한 시간 반쯤을 더 기다리고 ..시간에 맞추어 나오리라 이른 아침부터 서둘렀을 생각을 하니 너무나 죄송스러웠다. 그토록 수고로움과 고마움을 재미 찾고 추억을 운운하며 야멸차게 거절한 그녀들이 야속하기도 했다. 결국 잠시 인사만 하고 헤어졌다. 목적지에 도착해보니 비바람이 장난 아니다. 카메라는 챙길까 말까 만지작대다가 이 비에 뭘 찍겠나 싶다. 차에 두고 내렸다. 버스에서 내려 비바람 속에 서보니 덧정이 없다. 그냥 차에 있을까 싶어 돌아서보니 이미 차가 출발해 버려 할 수 없이 걸어야했다. 그 빗속을...가져간 일회용 우비는 소용조차 없었다.

좀 더 나은 것으로 하나씩 사서 두개를 입고 보니 추위도 가시고 좀 걸을만하다. 비바람에 정신이 없으니 경관이 좋은지 어디가 어딘지 ..이래저래 즐거워야할 여행이 영 즐겁지가 않았다. 중간 갈래 길에서 두 여자가 엉뚱한 곳으로 가는 바람에 삼 사 십분은 시간을 낭비하고 ..걷는 게 걷는 게 아니다 바람에 밀리고 비에 시달리고 빗길이 험하다고 안전한 길을 택하다 보니 거기까지 뭐하겠다고 갔나 싶다. 그냥 동내 길이나 걷지, 비바람에 출항을 하니 못하니 그러던 중 항만청에서 허가가 떨어졌다고 한다. 한 시간 연장해서 8시에...

그렇게 홀로의 첫 여행은 막을 내리는가 했다. 인천항에 아홉시 넘어 도착을 하니 밤새 괴롭힌 영애씨의 남편이 차를 가지고 왔다. 남자들 모임이라 그대로 우린 모임 장소로 향했다. 맘은 평안치 않았지만 그래도 무사하게 다녀 온 것에 감사하단 생각을 하는데 ..영애씨

차에 앉자마자 마구 불만을 털어 놓는다.

“여보 나, 잠도 하나도 못자고 아무것도 못 먹고,,,어쩌구 저쩌구.. ”

저런,

“하기사 할 말은 다 있는 법이지..내 참 잠은 누가 못잤는데 .. ”

어이가 없어서 그냥 한마디 했다.

옆에 있던 순영씨

“아유 형님 무슨 말을 그렇게 해! 그만하면 잘 먹고 재미있었지 모, 그리고 형님이 먹으래도 안 먹었잖여요”

그들은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하나의 고민이 안고 있었다.

이런 일은 처음이라, 제주에 나오셨던 지인님을 어찌 해야 할까!

분명 여자들은 신랑들에게 말 할 것인데 전해들은 남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언젠가 남편 귀에 들어 갈 테고 남편은 어떻게 받아 드릴까. 그렇게 음식점에 도착하고 아침 겸 점심을 먹는 이야기 끝에 한 친구의 입에서 나 온 소리,

“누가 알아 제주도에 짱박아 놨는지.”.

낄낄대며 쳐다본다. 하여간에 여자들이란, 남자들이란...

거기서 말하려다 뭐 그렇게 별일이라고 거기서 해명해야 하나 싶은 맘에 그만두었다

집으로 돌아와 이야기했다

“혹시라도 오해 할까 싶기도 한데 제주도에서 이런저런 일이 있었어, 친구들에게 들으면 좀 당황스러울 것 같아서 얘기해 주는 거야요”

그런데 의외로 남편은 별다른 내색 없이 들어 주었다.

요즘 카페에 관심도 가져 주고 조언도 해주는 남편은 충분이 그럴 수 있다고 헤아려 준 모양이다.

“참 고마운 일이네, 고마웠다고 메일이라도 넣어 드려라 ”

“응 문자 보냈어요, 잘 도착했다고..”

“잘했네,”

미안한 마음과 아쉬운 마음 정말로 재미없는 여행이었지만 이렇게 홀로만의 첫 여행은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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