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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남자, 그여자(일상 이야기)

그래도 다행이다

by 꽃밭재꽃무리 2012. 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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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오제가 한창인 노암동다리발엔 회색빛 승복을 입은 두 남녀가 있었다.

그들 앞엔 하얀 종이와 집필묵이 놓여있고 구리 빛 얼굴의 남자는

무언가 열심히 종이에 그려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주었다. 남아도는 게 시간이라 바쁠 것도 없는 우리는 호기심에 가던 길을 멈추고 멀지 기서 지켜보았다.

얼굴이 하얀 여자는 지나가는 사람들을 종이를 받아 가라며 유인했고 남자는 달마대사의 모습이 그려져 있는 종이위에 글을 써서 낙관까지 찍어서 건네준다. 한 여자가 받아들고는 감사하다며 두 손을 모아 합장을 하고 그 자리를 떠났다. 오십쯤 넘어 보이는 부부가 여자에게 낚였다. 남자는? 스님은 한 줄씩 적고 부부에게 설명을 한다.

제법 유식한 말투와 좋은 언어들 여자는 스님의 말에 절로 겸손해졌다.

그러다가 스님이 어느 절에서 나왔을까 궁금해졌다.

“스님은 어느 절에서 오셨나요? 고마운 분인데 어디 절에서 나오셨는지는 알아야 할 것 같아서요 ”

“뭐가 궁금해 옆에 사진 안보입니까! 저 어린 동자들이 함께 지냅니다.”

스님의 손끝을 따라가 보니 작은 액자가 하나 놓여있다. 그곳에 동자승들이 얼핏봐도 스무명은 될 것 같았다. 여자는 생각했다. 정말 좋은 일을 하는 분인가 보다.

 

한줄 쓰고 설명하고 한줄 쓰고 다짐받고 마지막 한 줄을 스님은 강조하였다.

거기엔 이렇게 쓰여 있었다.

‘평생 남을 도울 수 있는 풍요를 주십시오, 올 한해가 다가도록 이렇게 기도하십시요.’

그렇게 적힌 하얀 종이 한 장을 내민 스님의 손, 여자는 고맙고 황송해서 마음을 다하여 정성스럽게 그 종이를 받아 들었다. 여자의 손에 종이가 건너지는 순간 덧붙인 스님의 한마디,

“저 사진 속에 아이들이 보이면 시주나 조금 하고 가시던지...”

둘러보니 시주통도 없었다. 부부는 난감하다 그냥가자니 아닌 것 같고 시주 하자니 얼마를

해야 하나, 서로 눈빛을 주고받던 부부, 남편이 만 원 짜리 한 장을 내놓았다.

그 모습을 보던 스님의 낯빛이 완전히 바뀌었다. 노골적으로 불만스런 표정으로 내 뱉은 그말 ,

“하려면 한 오만원이라도 할 것이지 아니면 말고 ..”

그러면서도 만 원짜리를 집어 비구니스님 쪽으로 툭 던졌다. 어정쩡 참으로 황당한 부부는 말없이 그 자리를 떠났지만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은 참으로 어이가 없다.

승복을 입지나 말던지 ..하얀 종이 조각하나에 만원을 빼앗고도 모자라서 노골적으로 불만을 하는 그 얼굴, 유식한 척 좋은 말로 사람들을 현혹하고 결국은 본심을 들어낸 그 스님이라고 하는 사람, 그 가증스런 얼굴을 뒤로 발길을 옮겼더니 00 무료체험이라고 있었다.

“해볼까, 무료체험이라잖아,”

“좀 전에 못 보았어? 세상에 공짜는 없는 거야,”

사진을 찍었다. 물어보지도 않은 체 바로 액자에 넣어서 이 만 원 내라고 하였다.

유리도 끼지 않은 시중에 파는 천원자리 액자. 순간에 이 만 원을 도둑 맞 듯 버리고

큭큭, 우리는 웃을 수밖에 없었다. 정말 허접한 액자 하나 들고, 내입에서 나간 말,

“그냥 이 만 원에 00 체험하세요, 그러면 얼마나 좋아, 그 놈이 그놈이네,”

그래도 사진은 잘 나와서 다행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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