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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남자, 그여자(일상 이야기)

이번에는 틀렸네 당신이 ...

by 꽃밭재꽃무리 2012. 7.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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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만 나가야 하는 거 아녀요?”

“괜찮아 여기는 물이 안차는 곳이야”

“응, 그런가”

저만치서 야금야금 갯펄을 먹어 치우는 밀물은 어느새 가까이와 있었다.

물속에서 가끔씩 채고 가는 물고기의 몸부림은 초보 낚시꾼을 깜짝깜짝 놀라게 했다.

어머나, 잡혔나봐

남편이 하던 것처럼 재빠르게 낚싯줄을 감았다.

저만치 딸려오는 작은 망둥어 한 마리, 어머 그런대 좀 이상하다. 남편이 잡아 올리는 것들은 언제나 입을 딱 벌리고 끌려왔는데 어찌 된 걸까 보이지 않는다.

“허 참 그놈 재수 엄청 없는 놈이네, 하하”

“왜요?”

낚싯줄을 다 감아 올리고 내 눈앞에 거꾸로 매달린 망둥어를 보고서야 남편의 말뜻을 알았다. 해맑은 빛깔을 띄고 파닥이는 망둥어는 꼬리 부분 옆구리가 바늘에 걸려 있었다.

“어머 얘 도망가다가 줄 감는 바람에 꿰어 나왔나봐,”

연이어 두 어 마리 더 잡고 남편은 미끼 꿰어주랴 던져주랴 한 마리도 못 낚는다.. ^^

이제 막 재미가 나는데 저만치 있던 바닷물은 사정없이 밀려들어온다.

“아닌가봐, 나가야 할 것 같아 잘 모르니까 나가요 안전한 곳에 주차하고 하면 되잖여요”

“우리여기 한두 번 온 거 아니잖아 올 때마다 시간도 달랐고 한 번도 물 찬 것 보지 못했잖아 걱정 마 요기정도 차면 다 차는 것이야, 보면 알 수 있잖아,”

내심 영 걱정스럽고 믿어지지 않았지만 매사에 침착하고 섬세한 남편, 차라도 안전한 곳으로 빼어 놓자고 했지만, 오늘은 무슨 고집인가 구지 우기고 있다.

바로 발밑에 찰랑거리는 바닷물은 어느새 좁은 아스팔트길을 범람하기 시작했다.

“지금이라도 빼요, 안전한 게 좋잖아, 아무래도 물이 많이 찰 건가 봐.”

좁은 도로는 물에 잠기기 시작했고 굴곡이 져서 조금 깊은 곳은 물에 묻혀 보이지 않는다.

“아냐 다 들어 왔어, 이제 더 안 들어 올 거야 지난번에도 우리 여기서 낚시 했잖아. ”

‘대체 무슨 고집이야 왜 저래 저 남자 오늘 ..!!!’

걱정스런 내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바닷물은 자꾸만 발밑을 차오르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물은 쉼 없이 더 빠르게 차오른다. 이젠 도로가 아예 물에 잠겨 어딘지 분간조차도 할 수 없었다.

이미 빠져 나올 수 없게 된 차 그제서야 남편은 가능한 절벽쪽 좀 더 높은 곳으로 후진해서 세웠다.

“우린 나가야지 않을까 어차피 차는 못 나가는 거구 산으로 올라가기는 길이 넘 험하니 물 더 차기 전에 나가요”

그 말엔 순순히 따라 주었다. 내 참, 벌써 침해인가 왜 쓸데없는 고집을 ... 맘속으로 못마땅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일 어쩌랴,

돌아보니 저만큼에 차는 앞바퀴가 물에 찰랑거리고 있다. 맘이 불안하다 물이 절벽을 다 채우면 어쩌나 그럼 차는 꼴깍 물에 잠겨 버릴텐데 ..

주인마저 떠난 자리 차는 굳굳하게 밀려오는 바닷물을 맞고 서 있었다. 차가 생각이 있다면 얼마나 무서울까 가엾다는 생각이 들어서 자꾸만 바라보았다. 차는 이미 앞바퀴가 거의 물에 잠겨 찰랑거리고 있었다. 제발 좀 그만 들어오기를 마음 졸이며 지켜보았다.

찰랑찰랑, 바퀴의 까만 부분이 보였다 안보였다 한다.

정말 더 이상은 안 되는데 바닷물을 보니 이제 거의 물이 다 들어온 것 같다 거칠던 여울이 잠잠해졌다. 아마도 여울이 잔다는 건 물결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거겠지 다 찼나보다 안심을 하고 보니 저만큼 담벼락에 검은 자욱이 들어나기 시작했다. 어느새 한 뼘은 들어났다. 휴~ 그래 빠지는 중이구나 ..다행이다. 바닷물은 그렇게 내 가슴을 쓸어내리게 하고 거칠게 들어왔다 소리없이 빠져 나가고 있었다.

물이 빠지는 것을 확인하고 갯바위를 따라 갔다.

고생했어!  미안해 .. ^^ 다행이 차 내부에는 물이 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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