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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남자, 그여자(일상 이야기)

잔인해지기

by 꽃밭재꽃무리 2012. 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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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빛을 띤 망둥어는 아직은 씨알이 작다.

가을쯤이면 굵어진다고, 멸치만한 것도 잡혀 올라온다.

너무 작은 것은 살살 다치지 않게 바늘을 뽑아 놓아주고 왠 만큼 자란 건 배를 갈라서 갯바위에 말렸다.

미안해, 네게 이렇게 해서 정말 미안해..

처음엔 정말 미안한 맘으로 망둥어 배를 갈랐다. 아픔을 느끼는 망둥어 칼에 찔리는 순간 몸에 힘이 들어갔다.

에구 뭐하는 거니 내가 지금 ... 배을 갈라 내장을 다 빼어도 도망을 친다. 저렇게 살겠다고 하는 것을 자신이 참 잔인하게 느껴졌다.

햇살 따가운 갯바위에 올려놓아도 그는 살겠다고 몸부림을 쳤다.

얌전히 좀 있어주면 좋으련만 바위 틈새로 튀어 들었다.

정말 가만히 좀 있으라니까 ..

망둥어 꼬리를 잡고 기절시키려는 생각으로 대가리를 갯바위에 몇 번을 부딪쳤다.

-한번만 내려치면 되지 뭘 몇번씩이나 그래,

보고 있던 남편이 망둥어가 가여웠나보다.

-아니 한번에 안죽으니까 그러지 이

그랬다 내장까지 다 내어 놓은 망둥어는 머리가 으깨지도록 내리쳐도 죽지 않는다.

넌 참 생명력이 강인하구나 생각하면 또다시 내려쳤다.

네가 강한 만큼 나도 단단해 지는 거야, 너 따위는 아무렇지도 않게 죽일 수 있어,

그러는데 몇번을 머리를 쳐 박히고도 또 뛰어 달아난다.

에라 이 나쁜 놈, 망둥어를 잡아 또 내리쳤다.

그제서야 가만히 있는 망둥어,

한 마리는 그에 허언을 죽이고 두 마리는 그에 뻔뻔스러움을 죽이고 세 마리에는 그의 가면을 확 벗겨서 돌 틈새로 꾸겨 넣었다. 다시는 쓰지 못하기를 염원하면서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이가 그 허언에 넘어 갔을까, 다친 상처 아파서 내어보이지도 못했겠지 앞으로 얼마나 많은 이가 그 가면에 속아 상처를 입을까

-에이 웃기는 망둥어 같으니라구,

죽어버려라, 한번 더 갯바위에 망둥어 대가리를 쥐어박았다.

남편은 낚아 올리고 나는 배를 가르고 그의 내장을 꺼내고 돌 머리에 그를 사정없이 쥐어 박았다.

어느새 망둥어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게 죽이는 참으로 잔인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괜찮아! 그 정도는...

이미 알고 있던 일인걸, 또다시 힘것 내리친다

죽어라 이 못된 망둥어야! 죽어라 죽어

 

 

                                                         

                                                                희망시인의 사랑방

                                               http://cafe.daum.net/sam0020#sam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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