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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남자, 그여자(일상 이야기)

착각하지마, 넌 버려진게야

by 꽃밭재꽃무리 2012. 7.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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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창아들 결혼식 간다던 남자가 밤 열한시가 되어가도 돌아오지 않고 있다.

모처럼 친구들 만났으니 빨리 오리라구는 생각지 않았지만

정오에 만나서 지금까지..? 해도 너무 한 것 아닌가..

생각하다가 무슨 일 생겼나! 슬그머니 걱정이 된다.

궁금하고 걱정스런 마음을 달래며 참다가 열한시 오십분에 전화를 했다.

“응, 지하철을 잘못타서 역주행 하다가 이제 다시 강남터미널이네 늦겠네 먼저 자”

핸드폰으로 노선시간 검색을 했다.

한 시간이면 오겠구나! 그런데 늘 지하철 타고 출퇴근하던 그 남자, 제대로 못타고 역주행을 했나, 두 남자가 술이 엄청 취했구나. 하긴 그때 만나서 지금까지 마셨을 테니 오죽 할라구! 잠시 눈을 붙이고 깨니 두시가 되어간다.

이게 무슨, 왜 여직 안온거야, 전화를 했다.

지하철이 중간에 끊겨서 택시타고 지금 가고 있어 아마 한 사십 분 쯤 걸릴 거야,

말이되? 이 사람이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나 슬그머니 짜증이 난다. 한 시간이면 오는 거리를 두시간전에 출발해서 아직도 사십분을 더 와야 한다구?

불쑥 나간 소리,

“아니 왜 거짓말을 하구 그래요?”

“이 사람아 거짓말이 아니야,”

순간 머리에 스치는 망상들 ..

“그럼 옆에 성호씨 바꿔 봐요”

“에그, 이 사람이 정말 자는 사람을 왜.. 쪽팔리게..”

중얼대는 소리와 전화가 끊겼다.

다시 걸었다. 생각대로 받지 않는다. 약이 올라 잠이 모두 달아나 버렸다.

전화기속 분위기는 날아가는 파리소리라도 들릴 듯이 조용했다.

택시 안 이라구? 그런데 그렇게 조용해, 너무나 가까이 들렸는데 ... 나는 남편을 믿는다.

아니 얼마 전까지는 그랬다. 지금 함께 있는 그성호씨가 새벽 다섯시에 나를 깨우고 횡설수설하던 그 시간 이전까지는 ..강성호 그는 일 년에 열네 달을 술로 사는 사람이다.

집에 일찍 들어오면 열두시 보통 귀가시간이 두 세시 라고 들었다. 그 아내 이젠 곪을 대로 곪아 터져버린 듯..그러나 내색은 않는 여시 같은 여인이다. 그럭저럭 삼십분쯤 지났나보다.

“왔으면 들어오지 전화는 왜?”

“응, 성호가 해장국 먹으면서 한잔 더 하고 가자는데..”

시계를 보니 세시가 되어간다.

“얼릉 오세요 ..그 시간까지 술 마시고 몰 또 마셔요?”

“안 돼 더 먹고 갈 거야, 나는 꼭 해장해야 된 단 말여 제수씨,”

“그만 들어가세요, 집에서 기다려요.”

“그 냥가,? 알았어 그냥 갈께”

잠시 후 집전화가 울린다. 아이 자는데 무슨 일이야 기겁을 하고 받았더니 성호씨다.

“제수씨 그러는 거 아니야, 그렇게 잡지마 구속하지 말라구..”

어라, 아예 반말이네 그래 나두 그럼 ..

“아니 네가 뭘? 내가 뭘 그이를 구속하는데? ..”

“애가 완전히 주눅이 들었어, 그래서 내가 욕을 했잖아, 바보 병신 새끼라구 ..진호는 구속받구 영호는 넘 마누라를 좋아 하구.”

이 사람이 그런데 순간 화가 난다.

“무슨 말을 그렇게 함부로 해! 바보 병신이라니 그게 친구가 할 소리야? 그게 무슨 욕먹을 일이라구”

“오란다구 바로 튕겨져 가니까 그렇지 그러니 주눅이 들었다는 거지. 그렇게 살지 마 그렇게 구속하지 말란 말야,”

“그럼 집에서 기다리는 데 그만큼 시간을 두고 술을 마시고 했으면 됐지 뭘 더 ..”

삑삑삑 ~ 문 여는 소리가 들렸다.

“끊어요, 애들 아빠 왔어요”

“그가 들어와 전화를 받았다.

“응 그래 성호야 나 잘 들어왔다. 그래 얼릉자라,”

그가 들어가 자리에 눕자 바로 코를 골고 잠들어 버린다. 잠이 안 온다. 세상에 나보고 잡고 산다구? 기가 막힌다.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데..구속하지 말라구 구속은 누가 당하는데..

네가 뭘 알아? 누구 때문에 그가 신뢰감을 상실했는데.. 그러고 있는데 그의 폰으로 문자가 온다. 성호다 안 봐야겠지만 보았다.

‘믿어야 하는 거야, 그런데 아니야 너랑 영호는 못 믿어’

믿어야 한다구? 그렇지 부부는 믿어야하는 거지, 그렇게 생각했다.

언젠가 여시 같은 그의 아내가 노래방화장실에서 술에 취해 꺼이꺼이 우는 것을 본적이 있다. 사람들이 알까봐 그 곁에서 도와주고 내어놓은 오물까지 말끔하게 치워주고 곁에서 한참을 돌봐 주었더니 그 후론 모임도 안 나오고 한동안 거리를 두었던 여자, 그녀는 남편을 믿어서 그렇게 봐 주는 걸까, 아니다 지쳐서 내버린 것이다. 그래도 돈은 벌어다 주니까 그 남자 덕에 남부럽지 않게 인생을 사니까. 그냥 자려니 도무지 잠이 올 것 같지 않다.

성호씨에게 문자를 보냈다.

‘믿는다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닙니다. 가족이라면 부부라면 적절한 구속과 관심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밤새워 술을 마시던 외박을 하던 상관없다면 그건 무관심이고 버려두는 겁니다. 진정한 친구라면 가정의 평화를 위해 ...바른길을 택한 친구를 바보 병신이라 욕하지 않을 것입니다.’

새벽 네 시, 그는 다음날에야 그 문자를 보았을 것이다.

그 부부와 나는 올해 액운이 끼었나보다. 여자는 제가 먼저 말을 꺼네 놓고 뒤로 빠지며 모처럼의 여행길을 내내 불편하게 하더니 남자는 두 번씩이나 나의 삶을 껴든다.

지들이 먼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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